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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이발관 6집 - 홀로 있는 사람들 [일반반]
시작만큼 마지막은 중요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그 마지막을 위해서 이런 저런 노력을 한다. 물론 그러한 노력과 상관이 없이 우리는 어느 사이에 제대로 만나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많은 것들을 보게 된다. 그렇기에 시작만큼이나 마지막은 중요하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밴드들이 존재하다. 그리고 그 무수히 많은 밴드들 중에서 엄청나게 많은 밴드들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사라진다.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말을 할 수 있었다면, 그것 자체가 행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언니네 이발관은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 앨범 홀로 있는 사람들은 그런 행운을 보여주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도 단순히 그동안 발표한 음악들의 베스트 앨범의 형태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밴드의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마지막이 상당히 강렬하게 다가올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모던 록의 시작점에 언니네 이발관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원조라고 불릴 수 있는 밴드가 긴 여행을 마무리하는 앨범이 바로 이 앨범 홀로 있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앨범의 타이틀인 홀로 있는 사람들은 그런 점에서 조금 더 큰 의미를 갖는 것일지도 모른다. 긴 시간의 여행 끝에 그들이 찾아낸 것이 바로 그 제목에 모두 담겨있는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앨범에 담긴 9곡은 그래서 철저하게 개인적으로 느껴진다. 더불어 이 앨범의 음악들은 모던 록이라기 보다는 얼터너티브라는 말이 더 익숙했던 그 시절의 음악들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노래의 스타일은 록과 메탈의 대안으로 등장했던 얼터너티브가 갖고 있던 전통적인 록의 스타일보다는 현재의 모던 록의 스타일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가창력을 뽐내기 보다는 노래에 집중하게 하는 단순하면서 가볍게 느껴지는 그 느낌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시작점의 모습을 언니네 이발관이 보여주고 있다는 부분도 상당히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모던 록의 시작점에 있었던 이 대단한 밴드가 자신들의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다시 한 번 원점으로의 회귀를 보여주고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함께 살아가면 언제나 혼자인 현대의 우리들을 언니네 이발관은 자신들의 마지막 앨범에서 더욱 더 절절하게 들려준다. 그 노래들이 매력적이라 이 마지막이 더욱 더 크게 우리의 마음에 남는다.
23년간의 긴 여정을 마감하는 언니네 이발관 의 마지막 앨범. 언니네 이발관 6집 앨범 홀로 있는 사람들. 23년간 한국 모던록의 대표밴드로 활동해온 언니네 이발관이 마지막으로 세상에 던지는 9개의 각기 다른 풍경. 1. 너의 몸을 흔들어 너의 마음을 움직여 아주 먼 길이었지. 나쁜 꿈을 꾼 것 같아. 꿈속에서 만났던 너 처럼. 기능적으로는 앨범의 인트로이자, 정서적으로는 팀이 걸어온 23년을 관통하는 주제가 격의 곡. 짧고 간결한 곡 위주로 앨범을 채우려던 애초의 계획과는 달리, 수록곡 다수가 5, 6분에 이르는 어느 때보다 긴 길이를 갖게 되다 보니, 한 곡 쯤은 극히 컴팩트하게 만들어서 앨범의 서막을 여는 인트로로 쓰고 싶었다. 그래서 삼분 삼십초 안팎의, 짧은 길이 안에 우리가 낼 수 있는 가장 감각적이면서도 정서나 스타일 면에서는 누구나 들어도 이발관이구나 알 수 있는 요소들이 집약되어 있는 이 곡을 만들게 되었다. 물론 디테일로 들어가면 악기의 종류나 편곡도 지금까지와는 다르고 특히 구성이 특이하게도 단절적인데, 그것은 바로 뒤에 앨범에서 가장 긴 드라마를 배치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곡의 감정과도 연관이 있는 의도적 선택이었다. 미친 듯이 울면서 달리다가 갑자기 타의에 의해 뚝 끊겨 버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게 어떤 기분인지를. 여담 한가지. 어느 날 곡을 완성시켜놓고 사운드를 만지는 과정에서 악보에 표기될 수 없는 차원의 그루브를 낼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어머니가 우연히 음악을 들으시더니 노래가 왜 이렇게 슬프냐고 하시는 거다. 그런데 더 아이러니 했던건 곡이 완성에 가까워지면서 사운드가 조밀해지고 댄서블한 그루브가 생기면 생길수록 어머니는 그때마다 얘, 곡이 더 슬퍼졌어 이러시는 것이다. 어째서 우린 달리면 달릴수록 슬픈 것일까. 2. 창밖엔 태양이 빛나고 아무것도 소중한 게 없어서, 이 거리를 헤매이다가 널 처음 보았지. 아무것도 사랑하지 못하는 널. 하도 작업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2015년에 먼저 싱글 두곡을 발표하게 되었는데 싱글 답지 않게 곡 길이가 육분이나 돼서 자책했었다. 그래서 이제부터 진짜 싱글 다운 짧은 곡을 쓰자고 다짐했지만 수없이 버려지는 곡들은 삼분 짜리였고 살아남은 곡들은 오히려 더욱 긴 곡들이었으니.. 역시 육분 대인 애도와 비교하면 애도가 낮고 긴 호흡으로 시종일관 뚝심 있게 한 톤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면, 이 곡은 훨씬 변화무쌍하고 다채로운 블록버스터랄까. 음의 낭비를 극도로 경계하면서, 우린 앨범에서 가장 긴 곡을 가장 밀도 있게 만들어 나갔다. 3. 누구나 아는 비밀 (with 아이유) 사랑이란 이 노래보다도 짧아. 그럴 땐 자꾸 부르면 되지. 어느 날 두 사람의 화자가 주고받듯 대화를 나누는 듯한 곡조가 나왔고 우린 그걸 짧고 간결하면서도 가능한 들을 거리들이 많이 들어 있는 곡으로 완성 시켰다. (그래서 오래 걸렸다.) 안그래도 이번 앨범에 긴 곡들이 많기 때문에 유난히 구성에 공을 들였는데, 비교적 짧은 편에 속하는 이 곡도 그 점에선 예외가 아니다. 언뜻 들으면 그저 발랄한 어쿠스틱 팝 같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곡의 구성이 매우 다채롭다. 보통의 곡들이 벌스와 코러스 브레이크 등 서너 개 정도의 파트로 이루어졌다면 이 노래는 곡을 이루는 파트만 아홉 가지가 넘는다. 그래서 많은 재료들이 들어가면서도 심플하고 곡이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오래 곡을 다듬어야 했다. 곡을 만들 때 우리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연스러움인데, 우리의 경우 그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수없는 인공적인 손질 끝에 나온다. 그래서 실은 많은 음의 조각들을 이어 붙인 이 곡이, 마치 한 순간에 만든 듯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다가갈 때 기뻤다. 4. 마음이란 너는 나란 겨울에 내린 저기 하얀 눈처럼 쌓여 녹지 않을 거라던. 마음이란 것의 휘발성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영원한 수수께끼이자 우리가 항시 다루고 싶어하는 이발관의 주요 테마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에도 그것을 재료 삼아 음악을 만들었고 이번 앨범에선 바로 이런 스타일로 표현하게 되었다. 짐작했겠지만 1,2,34번 곡이 흐르는 동안 한 곡도 스타일이 비슷한 곡은 없었을 것이다. 물론 그러한 기조는 5번 곡, 6번 곡도 마찬가지고 앨범이 플레이 되는 내내 유지될 텐데, 그게 바로 우리가 이번 앨범에서 들려주고 싶은 바였다. 한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곡들이 모두 각기 다른 스타일과 풍경을 빚어내는 것. 그러면서도 뭔가 모를 하나의 앨범으로써 통일감을 갖는 것. 마음은 왜 변하고 그런데도 우리의 마음은 왜 늘 어딘가로 향할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사람들이 이 곡을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5. 애도 날씨가 좋구나. 너를 잊으러 가야지. 하고 너를 추억하러 가는 길이 슬퍼. 이 곡은 2015년 12월에 싱글로 먼저 발표 되었으나, 처음엔 싱글 답지 않은 곡 길이 때문에 우리 스스로 시선을 주지 않았던 곡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계속 우리가 선택하는 곡들이 대체로 긴걸 보면서, 결국 우리가 이번 앨범에서 표현하고 싶은 건 이런 건가 보다, 하고 받아들이고 나서야 곡의 가치를 우리 스스로도 긍정하게 되었다. 실제로 싱글 발표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긴 시간 이 곡을 지지해 주었는데, 독립적으로 발표되었던 작품을 앨범 안에서 하나의 수록 곡으로서 들었을 때, 그저 싱글로서 접할 때와는 다른 진가를 드러나고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래서 앨범은 앨범인 것일까. 6. 나쁜 꿈 바보 같은 말이나 듣고 살겠지. 날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곡 에서는 무엇이 됐든, 짧은 순간을 최대한 크고 거창하게 묘사하고 싶었다. 활기찬 기분으로 집밖을 나서던 길에 누군가 슬쩍 어깨를 치고 갔다거나, 시내 한복판에서 오래 전 사랑했던 사람을 마주치곤 나도 모르게 뒷걸음을 치던 기억 같은 것들을 현미경으로 확대해서 드라마로 만들고 싶었달까. 그야말로 나쁜 꿈 같은 일상의 한 단면을, 그런 극히 사소한 무언가로 장편 영화 한편을 만들고 싶었다. 실은 우리의 일상이야말로 어느 영화보다도 드라마틱하고 거대한 작품이기 때문에. 7. 영원히 그립지 않을 시간 하늘이 파란 건 누굴 위한 것일까. 기나긴 오후였네. 사람들이 세상과 삶이라는 거대한 새장 속에 갇힌 새라고 가정 했을 때, 누구나 새장 속을 벗어나고 싶어 할 것 같지만 어딘 가엔 새장 속의 삶을 더 편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날개를 가지고 태어났으되, 단 한번 날아본 적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무의미한 삶일까. 도시 무엇이 유의미한 삶이고 무엇이 무가치한 삶인지, 그런 게 있다면 그건 누가 정하는 것일가. 8. 홀로 있는 사람들 나는 세상이 바라던 사람은 아냐. 그렇지만 세상도 나에게 바라던 곳은 아니었지. 앨범의 동명 타이틀 곡. 9. 혼자 추는 춤 사람들은 외로움에 지쳐있다. 누구도 누굴 이해하지 않는 곳에서, 이렇게 춤을 추면서 외로워 몸을 흔들며. 이 곡은 항상 ‘나’를 노래해오던 이발관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우리, 홀로 있는 각각의 우리에 대해서 노래한 곡이다. 그것만으로도 팀의 마지막 앨범의 마지막 곡으로써 부족함이 없다고 보았다. 긴 세월 우리를 지지해준 팬들과 이 땅에서 함께 발 딛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바치는 언니네 이발관의 마지막 송가이다. 글 이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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