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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종이>는 공기중에 노출된 상태로 놔두었을 때 200여 년이 지나면 색이 바뀌고 바스러져서 더 오래 보존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지>는 천 년의 세월을 무색하게 견디어 낸답니다. 만드는 방법부터 다르기 때문이라는데도 결국 종이쪼가리일 뿐인데 어찌 그 오랜 시간을 견디어 내는 것일까요? 무엇보다 종이는 대개 산성 을 띠게 마련인데, <한지>는 중성 을 띤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기중에 노출되어도 잘 반응하지 않아 오래 견딜 수 있다고 합니다. 또 닥나무에서 뽑아낸 섬유질이 일반 펄프보다 가늘고 길기 때문에 더욱 복잡하게 얽힐 수 있어서 더욱 질기고 촘촘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랍니다. 거기에 도침 이라는 우리 나라만의 비법이 숨겨져 있는데, 도침 이란 두드린다 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한지를 만드는 과정 가운데 두드려서 닥나무 섬유질이 더 가늘고 부드럽게 만들고, 햇볕에 잘 말린 다음에도 또 두드려서 한지를 더욱 질기고 부드럽게 만들어서 다른 어떤 종이보다 오래 보존할 수 있는 거랍니다. 이렇게나 훌륭한 우리 한지인데, 우리 스스로 너무 홀대한 것은 아닌지반성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비록 종이를 최초로 발명한 것은 중국 후한시대 때 환관인 채륜 이 만들었다고는 하나, 그 종이를 더욱 훌륭하게 만들어 중국으로 역수출한 것은 물론, 신라 때에는 아라비아 상인에게까지 우수한 품질로 인정받은 백추지 를 만들어 수출하였고, 고려 때는 고려지 라 하여 송나라 황제가 자신에게 올리는 문서는 모두 고려지 로 올리라 할 정도였고, 임진왜란 뒤에는 일본이 납치해간 한지 기술자 로부터 전수받아 일본에서는 종이신 으로 모셔 현재까지 해마다 제를 올린다고 합니다. 일찌감치 우리 한지의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셈입니다. 우리의 한지와 닮은 중국의 선지 , 일본의 화지 가 여전히 생산되어 자국에서 꾸준히 쓰이고 있습니다. 선지 는 우리가 서예할 때 쓰는 화선지 라고 합니다. 그닥 질기지는 않지만 먹물이 잘 스며들어 붓글씨를 쓰기에 딱 좋습니다. 또 화지 는 섬나라 일본의 습한 기후에 알맞게 습기에 강하고, 또 먹물이 잘 번지지 않은 특징이 있답니다. 우리의 한지 처럼 <닥나무>로 만드는 것 빼고는 만드는 과정 이 달라 이렇게 특징이 다르답니다. 물론 우리 한지 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품질이 떨어집니다. 그런데도 면면히 이어져 오늘날에도 맥이 끊길 염려는 우리 나라보다 덜하다고 합니다. 우리도 여러 가지 공예품이나 닥종이인형 등과 같은 곳에서 쓰이고 있지만, 더는 쓰임새를 찾을 수 없어 이제는 한지를 만드는 장인이 한지만 만들어서는 먹고 살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답니다. 이대로 가면 우리 전통이 또 한 가지 사라지게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전통>이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질 턱이 없습니다. 외국의 것 가운데 고작 몇 백 년의 전통을 가진 물건 따위는 <명품>이라고 이름 붙여 비싼 값을 주고도 살 수 없다는데, 왜 우리는 1500년이나 이어진 전통을 이렇게 홀대하는 것입니까? 고려청자도 그렇고, 석굴암과 에밀래종을 오늘날에는 다시 만들 수조차 없지 않습니까? 현대 첨단과학기술로도 완벽히 복원할 수 없는 <우수함>을 왜 우리 스스로 걷어차버리는 것인지 생각할 때면 답답하기 그지 없습니다. 왜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입니까? 우리가 수없이 많은 국난을 겪고도 오늘날 세계속에 당당한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까닭은 수준 높은 전통문화를 간직한 나라였기 때문이라고 <교과서>에 나옵디다. 그런데도 현실은 <전통>은 별볼 일 없는 것, 불편하고, 고루하고, 낡은 것이라는 편견에 휩싸여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도 못하는 형편입니다. 이를 테면, 현재 서울의 모습을 보며 600여 년 전 조선의 수도 서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또 1500년 전 한성백제 때 수도 서울의 모습은 가당치도 않게 되어버렸습니다. 이탈리아 로마를 가보지는 않았지만, 그곳을 찍은 사진만 보아도 역사가 오롯이 살아 남아있어서 가 보고 싶은 곳 으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프랑스 파리는 어떻고, 영국의 런던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왜 이렇게 어리석은 것일까요? 다른 사람 탓할 것이 못 됩니다. 저부터 <전통>의 소중함을 까맣게 잊고 살았으니 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아끼고 가꾸어서 후손들에게 넘겨줄 자랑스러운 것 이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물론 <경제대국>이나 <부강한 나라>를 물려주는 것도 좋겠습니다만, 그것보다 어려운 일에 닥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자긍심>을 물려주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자긍심>은 <수준 높은 전통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우리 어린이들이 이런 <비문학책>은 따분하다며 잘 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조상들의 슬기를 엿볼 수 있고, 더불어 수준 높은 문화를 누리던 자랑스런 민족의 후손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책이기 때문에 읽어야 한다고 꼬드기면 잘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천년을 가는 우리 한지의 비밀을 밝히고,
새로운 한지의 미래를 찾아 떠난 여행!

우리 문화는 5천 년 역사를 이어 오며 독특한 멋과 아름다움, 인간의 삶에 이로운 가치를 간직해 왔습니다. 우리 문화에 담긴 깊은 지혜와 높은 예술혼은 세계의 여러 문화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습니다. 이렇듯 뛰어난 우리 문화의 가치를 어린이들이 온전히 이어받아 창조적으로 계승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이 시리즈에 담겨 있습니다.

한지, 천년의 비밀을 밝혀라! 는 리 민족의 자랑스런 문화인 한지를 새로운 시각으로 살펴본 책입니다. 오랜 시간 이어져 내려온 전통 한지, 역사 속에 빛나는 한지의 모습뿐 아니라, 오늘날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사례들을 통해 창조적으로 계승되고 있는 오늘날의 한지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1장_ 신비로운 종이는 어디에서 왔나?
누에고치로 만든 종이
한지의 비밀, ‘두드려라’
일본까지 건너간 한지

2장_ 천년 종이의 비밀을 캐라!
비단처럼 빛나는 신라 백추지
옷을 만들어도 좋은 고려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종이를 만든 조지소

3장_ 미래를 바꿀 종이를 지켜라!
해와나무 신문
3015년, 한지 공장이 세워지다.

4장_ 고길동 한지 박물관
한지 유물관
한지 전시관
화성에서 한지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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